우용하(예비역 육군대령)

우용하(예비역 육군대령)
우용하(예비역 육군대령)

나는 최근에 아내로부터 “우리나라가 곧 통일이 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TV를 보니 그렇다고 하였다.

이는 지난 9.18~20일 3차 남북정상회담 때 모든 방송사에서 연일 보도된 내용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고등교육까지 받은 사람이, 군인가족이었던 사람이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너무나 놀라워 아내에게 현 시국에 관해 조목조목 설명을 해 주었더니 이해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생중계된 TV를 통해 연도에서 환호하는 북한주민의 행동과 능라도 경기장에 15만 명이 운집하여 펼쳐진 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을 보았다.

안방에서 마음 편히 앉아 시청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차이가 많았을 것이다. 같은 민족이 기계적으로 너무 잘한다며 감격의 눈물을 글썽이며 박수를 보낸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나의 아내도 여기에 속한 것 같다. 반면에 저렇게 연출하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하였을까. 동원된 북한주민이 불쌍하고 애처롭게 본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이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렇게 할 수 없으며, 오직 북한체제에서 만이 할 수 있다. 만약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한다면 과연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물론 전혀 불가능한 일이며 생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6.70년대 미국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하였을 때도 그렇게까지는 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모태신앙으로 자라며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전국의 소문난 기도원은 모두 다녔다. 당시에 명산마다 나라를 위한 ‘구국기도회’를 하였다. 이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노래를 두 팔을 들고 따라 불렸다. 어린나이에 통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 분위기속에 휩싸여 눈물을 흘리며 불렸다. 아마 동원된 북한 주민도 우상화 쇠뇌교육을 어릴 때부터 받아 그러한 행동을 자연스럽게 하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좀 더 정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세계역사로 보면 1인 독제국가에서 통치자가 사망하면 그 체제는 붕괴되는 것이 필연적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전혀 예외이다. 이 지구상에 유일한 3대 독제세습체제이다. 이는 북한주민이 철저히 통제되고 폐쇄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권력에 위협을 느끼면 누구든지 공개처형해 버린다. 대표적인 예로 고모부인 장성택을 일반소총도 아닌 비행기를 격추시키는 고사기관총으로 공개된 장소에서 처형했다. 이복형 김정남을 독극물로 피살하였고 은하수 악단을 화염방사기로 태워버렸다. 또한 북한체제를 비방하면 정치수용소로 보내는 등 공포정치로 주민을 통제하고 있다. 이렇게 사상과 행동을 철저히 통제당하는 북한주민의 연출을 보고 우리는 넋을 잃고 통일망상에 젖어서는 안 된다.

21세기의 기적이라면 ‘독일통일’을 들 수 있다. 독일통일의 과정을 살펴보면 당사국 간의 국내정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주변 국가 즉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정치적 역학(力學)관계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기에 주변 강대국 간의 역학관계 즉 이해관계가 독일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어느 국가도 한반도를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5천년 역사 속에 9백여 차례 외침을 당하였다.

나는 군 생활을 하며 작전직능(530)을 부여 받아 지휘관 보직기간을 제외하면 모두 작전장교(참모)만 하였다. 그래서 매년 8월이면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포커스렌즈연습을 하였다. 이 훈련 때문에 방송통신대학교를 3학년에 편입하여 2년만 다니면 졸업하는 것을 8월 달에 출석 수업을 받지 못하여 12년 만에 졸업했던 웃지 못 할 일도 있었다. 한미연합훈련을 하면서 미군자산(전력)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직접 피부로 느끼며 체험도 하였다. 특히 ‘정보력과 화력’은 상상을 초월하였다. 당시 작전계획 5027. 1단계가 전쟁이전 단계로 전쟁을 억제하는 훈련을 하였다. 여기에 가장 비중을 두고 미군의 핵심전력이 모두 투입되었다. 막강한 전력을 갖춘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여 매년 이러한 훈련하고 있었기에 6.25전쟁 이후 70년 동안 전쟁 없이 우리는 평화를 누리며 세계 11위 경제대국을 이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북한권력이 원하는 통일은 독재 세습적 ‘적화통일’이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남한의 주사파나 반체제 세력이 민중봉기를 일으켜 친북정권을 수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우리민족끼리, 연방제통일 같은 위장평화공세를 펼치고 있다. 3차 남북 정상회담과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북한의 1차 목표는 휴전(休戰)을 끝내고 종전(終戰)을 선언하는 것이다. 여기서 염려하는 것은 한반도에 종전이 선언되면 미북 간 수교와 평화협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면 미국은 우리의 의사나 한미방위조약 등에 관계없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할 것이다.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서는 한미동맹이며 주한미군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는 통일 이후에도 동북아 세력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북한은 불법으로 핵무기를 개발하여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불법무기는 관련 당사국 간의 국익에 우선한 정치적 선택의 하나일 뿐이지, 이를 빅딜(거래 대상)로 삼아 한반도에 종전이 선언되어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면 절대 안 된다.

북한은 체제안정만 보장되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러나 이를 믿을 순 없다. 독재정권의 생존을 위해서는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므로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지난 7일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는 “계속 전전이며 장기전이 될 것” 이라고 했다.

우리는 막연히 곧 통일이 될 것 같다는 망상에 젖어 조급증에 걸려서는 안 된다. 우리가 원하는 통일은 평화통일이며 ‘자유 민주통일국가 건설’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차분히 힘(국력)을 키우는 데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 필자는 중국병서에 나오는 ‘天下雖安 望戰必危(천하수안 망전필위)’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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