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도 에어컨 설치한다는데’…어느 아파트 경비원의 25시 ‘넋두리’

 
 

휴게실 마련‧경비원인권조례 제정 등…아파트 지원근거 마련 ‘절실’

최근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A씨와 입주민 B씨와의 주차문제로 시비가 붙어 폭행을 당하고 괴로워하다 억울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 경비원들의 근무 여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계룡지역에서도 지난달 S아파트 L관리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그는 계룡관내 16개 단지 아파트 관리소장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한 아파트에서 근무해오며 입주민들로부터 큰 신뢰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입주민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 75%가 공동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계룡시도 마찬가지여서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음지에서 공동체생활의 초석이 되는 아파트 경비원들의 현주소를 돌아보면서 이들의 근무여건 개선과 함께 경비원 인권조례 제정 등 제도적인 방안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편집자 주

 

▲저희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청와대 국민청원 40만 명 돌파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주민 갑질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연이 보도된 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저희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고 18일 현재, 40만 명이 동의하는 등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A씨가 근무한 아파트 입주민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안녕하세요. 저는 **동 **아파트 2동에 거주한지 이제 2년째 돼 가는 입주민입니다. 주택에서만 쭉 살다가 물 좋고 공기 좋은 이곳에 와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어제 정말 허망하고 억울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희 아파트 경비아저씨가 주차문제로 인해 4월말부터 20일 정도 말로 설명할 수 없이 힘든 폭언으로 인해 생을 마감하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정말 좋으신 분이셨습니다. 처음 이사 와서 저한테 아니 입주민들에게 매번 잘 해주시고 자기 가족인 것처럼 자기 일인 것처럼 매번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희생하시는 성실한 분이셨습니다. 같이 깨끗하게 살아야 한다면서 아파트 안쪽 청소도 모자라 아파트 밖까지 청소하시는 정말 열심히 사시는 분이셨습니다. 아침마다 먼저 오셔서 ‘안녕하세유’라며 힘든 출근길에 웃음을 주시는 비타민 같은 존재셨습니다. (중략)

근데 주차장이 협소합니다. 주차를 위해 주말이면 여러 번 뱅뱅 돌아야하는 고충이 있습니다. 그 주차문제 때문에 일이 벌어졌더군요. 이중주차로 인해 자기 차를 밀었다고 사람을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을 하고 근무시간마다 와서 때리고 욕하고... 그 순진하시고 연약한 분이 매번 폭언으로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찢어집니다. 그런데 그 가해자 분은 그런 분에게 사죄하는 마음도 없이 언론인터뷰에서 아무것도 모른단 식입니다.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맞고소를 했다고 합니다. 정말 인간인가 싶습니다.(중략)

경비아저씨들이나 하청 용역 분들 보호해주세요. 경비아저씨들도 한 가정의 사랑받는 소중한 할아버지 남편 아빠입니다. 입주민의 갑질 없어져야 합니다. 오히려 아파트를 위해 입주민들을 위해 고생하신다고 응원을 해드려야 합니다. 정말 좋으신 분이셨습니다.

제발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엄한 형벌이 나올 수 있게 같이 힘써주세요. 문재인 대통령님 부디 약자가 강자에게 협박과 폭행을 당해서 자살을 하는 경우가 없는 나라가 되게 해주십시오.”라고 청원이유를 밝혔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과 진보정당 등 여러 시민사회단체는 ‘고 최희식 경비 노동자 추모 모임’을 만들고,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경비 노동자의 죽음은 개인의 비관이 아닌 사회적 타살’이라고 밝히며,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가해 주민의 사과, 아파트 경비 노동자 관련 제도정비 등을 요구했다. 경찰도 수사 속도를 내 17일 A씨를 불러 상해, 폭행 등 혐의로 조사하고 있지만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축사에도 에어컨 설치한다는데’…관리비 절약 위해 선풍기 고쳐 쓴 모 아파트 경비실

현재 계룡시 관내 공동주택(아파트 15곳, 도시형생활주택 3곳, 해미르 품안마을 아파트 제외)은 모두 18곳 185동으로 이곳에서 1만 3,063세대가 생활하고 있다. 또 계룡관내 공동주택 관리를 위해 채용된 경비원은 경비업법과 공동주택관리법에 근거해 모두 83명(아파트별 3명~12명)이 해당 아파트에서 근무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아파트의 경우 관리비를 절감한다는 명목으로 경비원들에게 경비업법에 명시된 경비 이외에도 공동주택관리법에 의거 주차관리, 음식물 쓰레기 및 재활용품 분리수거, 청소, 택배 업무 등까지 전담시키면서 업무부담은 자꾸만 늘어나 경비원의 하루는 25시간이라는 예기까지 들릴 정도다. 보통 아파트 경비원의 평균 근무 시간은 24시간 근무하고 나서, 다음날 24시간 쉬는 격일제 교대 근무가 주를 이루는 탓에 휴게공간이라든지 근무여건 개선이 절실한데도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다.

수년 전 계룡시 관내 한 아파트에서는 동 대표들이 관리비를 줄인다는 이유로 아파트 경비실 두 곳에 대한 에어컨 설치 건을 부결하고 경비실은 고장난 선풍기를 수리해 사용토록 해 물의를 빚은 일이 있었다.

논란의 발단은 이 아파트 한 입주민이 관리소장에게 여름철 경비원들의 근무여건 향상을 위해 경비실 두 곳에 에어컨 설치를 제안하면서 비롯된다.

이에 동 대표들은 대표회의를 열고 안건을 심의한 결과 아파트 관리비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부결처리하자 관리소장은 대안으로 동 대표와 협의 없이 재활용품 매각 비용을 이용해 선풍기 4대를 구입한다. 이를 안 동 대표는 소장에게 공금유용이라고 주장하면서 사건은 불거졌고, 결국 구매한 선풍기 4대는 경비실이 아닌 에어컨이 설치된 관리실 등에 배치됐고, 정작 아파트 경비실은 경비원들이 고장난 선풍기를 주어와 자체 수리한 후 사용했다는 것이다.

당시 근무했던 한 경비원은 “축사도 에어컨을 설치하는 곳이 있는데 한마디로 해도 너무한다. 어떻게 이곳에서 근무를 잘할 수 있겠느냐”며 “살기 좋은 명품 아파트의 또 다른 이면은 아닌지 서글픈 생각이 든다”며 설움을 토로했다.

 

▲근본적인 처방과 대안은 없는가?

우선 공동체 삶의 터전인 아파트에서 입주민들은 ‘갑’, 경비원은 ‘을’이라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입주민들의 태도 변화가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입주민들의 대표 격인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우선 변해야 한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음지에서 공동체생활의 초석이 되는 아파트 경비원들도 한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이들 덕분에 아파트가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변모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지속적인 소통과 처우개선, 갑질문화 등 불합리한 것들을 개선하는 데 입주민과의 교량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훈훈함이 이어진다면 아파트는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소문날 것이고 아파트 가치는 더욱 상승하면서 결국에는 관리비 절약보다 더한 가치로 돌아올 것이다.

여기에 지자체는 아파트별 갑질 방지신고센터 등을 설치하고, 경비원과 청소원 등을 위한 휴게실 설치·냉난방시설 지원 등의 지원 근거를 명시토록 조례를 제정, 이를 뒷받침한다면 지역 사회는 더욱 밝아질 것이 자명하다. 아울러 경비원 고용방식도 아파트에서 직접 관리하는 방안과 함께 일부 지자체가 개입해 고용을 보장하는 아파트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등 규정 개정도 필요해 보인다.

지난해 서울노동권익센터가 경비원 4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부당해고를 경험한 이들이 22.2%에 달했고, 근로계약 기간이 1년에 못 미치는 경우도 41.9%에 달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일부 지자체는 이번 경비원 갑질 사건과 연계해 ‘경비원 인권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경비원들의 근로계약 보장과 처우개선 방침을 밝히며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당연히 계룡시 관계자도 적극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전철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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