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주, 61평대 아파트서 외제차 타며 호화생활‥피해자만 ‘전전긍긍’

A교회 신도 30여명, 쇼핑타운 점주 등 수백여 명 피해…소송 준비

계주, 61평대 아파트서 외제차 타며 호화생활‥피해자만 ‘전전긍긍’

20여 년을 계룡관내 모 쇼핑타운 수납원으로 근무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오랜 친분을 쌓은 후, 이를 바탕으로 계모임을 운영하던 계주 H씨(여·50대)가 지난 20일 께 갑자기 잠적하자 계룡시민 수백여 명이 100억 원대 피해를 입었다는 소문이 일며 지역사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27일 현재, 알려진 피해자만 두마면에 있는 A교회 신도 30여 명, 쇼핑타운 내 상가 입점 직원 및 점주 수십여 명 등 수백여 명의 시민들이 적게는 1000여 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르는 피해를 입었고, 액수만도 100억 원이 넘는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일고 있다.

이에 하루아침에 수천만 원을 잃게 된 피해자들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조만간 논산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특히 문제의 계모임은 계주를 중심으로 20~30명 단위로 그룹별로 20여 년째 운영되면서도 통장거래로만 이뤄지다보니 계원조차도 서로의 존재를 잘 알지 못해 더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물론이고 돈을 돌려받는 데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실제 피해자를 만나 계주와의 만남으로부터 계모임 가입경위, 계 운영방법 등에 대한 설명을 토대로 이를 기사화했다./편집자 주

다음은 피해자인 S씨(여·57, 엄사면 거주)와의 일문일답.

▲계주 H씨(여·50대)를 알게 된 경위와 계모임 가입 동기는?

계주 H씨를 안지는 20여 년쯤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H씨는 S조합에서 돈을 받는 수납원이었는데, 이후 계룡 관내 모 쇼핑타운으로 자리를 옮겨 그곳에서도 수납원(근무원)으로 계속해 근무해왔다. 당시에는 이름이 OO이었는데, 수년 전 XX로 개명했다. H씨와는 사업상 자연스럽게 알게 됐고 20여 년간 오랜 친구처럼 친한 사이로 지내게 됐다. 계모임은 2008년 9월경 처음 가입했다. 그 당시 21명이 참여한 것으로 안다.

▲어떻게 계주에게 그 많은 돈을 믿고 맡길 수 있었나?

내가 아는 계주 H씨는 계룡시 두마면 P아파트(60평대)에서 남편과 함께 생활했다. 아파트도 4채나 가지고 있다고 들었고, 외제 차를 몰고 다녔다. 또 논산·계룡 등에 식당 등 사업장도 4곳을 운영하는 것으로 들었고, 상당한 재력가로 알고 있었다. H씨와는 자연스럽게 친분이 쌓이면서 2008년 처음으로 계모임에 가입했는데 지난 12년 동안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이 없이 정확한 날짜에 입출금이 이뤄졌다. 그래서 지금껏 믿어왔는데 허탈하다. 너무 크게 당해 말하는 것도 고민스러울 정도다. 꿈에도 몰랐다.

▲계모임 운영 방식은?

계모임은 그룹당 21명이 참여해, 한 달에 한 번씩 회원 모두가 50만 원과 이자를 낸다. 첫 번째 모임에서 계주는 목돈 1,000만 원을 타는 순번을 정하는데 나는 당장 목돈이 필요하지 않아 이자를 좀 더 받을 수 있는 맨 마지막 순위인 21번째를 원했다. 첫 번째 회원은 계주가 되고 두 번째부터는 원하는 회원 순으로 순번을 정하는데, 자신의 순번이 해당되는 달에는 1,000만 원과 해당 월의 이자를 더해 받는다. 이자는 목돈을 받은 회원들이 10만 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두 번째 회원부터는 기존 계돈 50만 원에 매월 이자 10만원을 더해 60만 원을 납부하게 되고, 맨 마지막 회원은 1,000만 원과 이들이 낸 이자를 더해서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예컨대 마지막 회원의 경우 20개월 만에 1,000만 원과 이자 200만 원을 더해서 받게 되는 것이다.

▲피해 인원 및 피해 규모가 100억 원대라는데…

실제 피해액은 정확히 알 수 없다. 계모임이 전부 다르고 통장으로 거래하므로 계원 간에도 모르는 경우가 다반수다. 계룡 관내 모 쇼핑타운 상가에서 계주 H씨와 함께 근무하는 사람들이 상당한 피해를 봤다. 또한 계주 H씨가 다니던 A교회 신도들도 많은 피해를 봤다. 쇼핑타운 상가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 중심으로 현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곳에서만 수십 명이 20~30억 원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고 들었다. 계주 H씨는 지난 20일 잠적한 상태로 아직껏 행방이 묘연하다.

▲곗돈의 딜레마…떼인 돈 찾기도 어렵다는데…

현재 피해자를 중심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10여 년 전쯤인가 서울 강남에서 수백 억 원대의 계모임 계주인 윤 모 씨(여·60)가 잠적하면서 수백 명의 계원 대부분이 피해를 봤다. 계룡에서 잠적한 계주 H씨도 소유한 4채의 아파트, 외제 자동차, 사업장 등도 대부분 저당이 잡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안타까울 뿐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고수익 미끼는 큰 유혹이 아닐 수 없는데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정말로 내가 당할지는 꿈에도 몰랐다. 판단이 흐려진다. 국방의 도시인 우리 계룡시는 군인 은퇴자들이 많다. 제가 아는 지인도 군인 은퇴자 3명을 회원으로 가입시키고 자신은 2번째로 계돈을 받았는데 이 같은 사건이 터졌다. 현재 이들은 서로 원수가 돼 받은 돈을 돌려달라고 싸우고 있다. 이외에도 내가 아는 일부 은퇴자들은 여러 연결고리를 통해 장외주식, 비트코인, 펀드 등에 투자하면 수십 배의 이익을 볼 수 있다는 투자자의 꼬임에 넘어가 자신이 속고 있는지도 모르는 이들도 있다. 진화 일로에 있는 이 같은 사기 수법은 사기꾼인 해당 대표가 구속돼 감옥에 있어도 잘못 된 정보와 기존의 상호 신뢰를 뿌리치지 못해 피해를 보고 있는 은퇴자도 적지 않다. 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말 꿈에도 몰랐다. 당부 드리고 싶은 말은 투자를 할 경우 투자자 말만 믿지 말고 우선 가족들과 상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예방법이 아닌가 싶다.

/전철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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