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용하 예비역 육군대령)

우용하 예비역 육군대령
우용하 예비역 육군대령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소소하게 써 보고자 한다. 이 훈련은 6‧25전쟁 직후 미군이 철수하면서 국민의 불안 해소를 위해 1954년 ‘한미 포커스렌즈’라는 훈련으로 처음 시작되었다.

그간 을지포커스렌즈(UFL), 을지프리덤가디언(UFG)으로 개명되었다가 최근에 한미연합지휘소 훈련(CCPT)으로 바뀌어 해마다 상반기(3월)와 하반기(8월) 두 차례 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3월 8일부터 18일까지 “21-1 CCPT” 명칭으로 훈련이 실시됐다.

과거에는 북한 김일성이 무서워 부들부들 떨었다는 한미 3대 연합훈련으로 키리졸브((Key Resolve), 독수리훈련(Foal Eagle), 을지포커스렌즈(UIchi Focus Lens) 등이 있었으나 이제는 명칭조차 모두 사라졌다. 북한 김정은은 지난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남북대화 전제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중단을 요구하였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필요하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답하였다. 어찌 군사훈련을 적과 협의해서 하는가? 또한 민주당 국회의원 35명은 훈련연기를 주장하였고 북한 김여정은 “3년 전 봄날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는 경고성 담화문까지 발표하여 올해 훈련은 어느 해보다 복잡한 상황 속에서 변수가 많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과 전투준비태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서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임기 내 전환하겠다고 국민과 약속하였기에 임기 말에 접어든 시점에서 정부는 실행하였다.

이번 훈련은 야외기동훈련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한미연합작전계획 5027을 기반으로 2주간 실시됐다. 한반도에 전면전 상황을 가정하여 한 주씩 1부 방어, 2부 반격훈련을 하면서 전작권 전환에 대비하여 한국군 대장이 미래 한미연합군을 지휘할 수 있는지(?) 검증하였다. 전작권 전환훈련은 1단계 IOC(기본운용능력), 2단계 FOC(완전운용능력), 3단계 FMC(완전임무수행능력) 순으로 검증하는데, 1단계 IOC는 완료했으며 2단계 FOC는 두 차례 훈련이 축소, 연기되면서 제대로 실시되지 못했다. 우리 정부는 무조건 훈련을 해서 전작권 전환 검증을 계획대로 추진했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주권국가로 전작권 전환은 당연히 조기에 전환해야 하나 대통령 임기 내 전환은 어렵게 되었다. 향후 조속한 시일 내 전환한다는 것도 말장난일 뿐이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번에 방한한 오스틴 장관도 전작권 전환은 시간이 더 걸리겠다고 발표했다.

연합훈련 때마다 대규모 전차 이동, 해병대 상륙 등 익숙한 훈련 풍경은 자취를 감췄다. 시뮬레이션과 함께 진행하던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도 3년째 멈춰 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은 2018년 4월 독수리훈련이 마지막이었다. 현역시절 매년 소대ATT부터 중대ATT, 대대ATT, 연대RCT, 사단기동훈련, 팀스피리트 훈련 등을 1년 내내 하며 “훈련에서 땀 한 방울이 전쟁터에서 피 한 방울이다”라고 호령하시며 강도 높은 훈련을 독려하시던 옛 지휘관의 모습이 아련하다. 우리 땅에서 우리의 실체적 위협인 북한 침공에 대비하는 훈련이 이렇게 소극적이니 망연자실할 뿐이다. 우리가 훈련을 중단한다고 과연 북한도 중단할까?

정부는 훈련을 축소, 폐지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뒷받침해야 한다지만 북한의 눈치를 과도하게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군대훈련을 놓고 정치적 목적에 따라 좌우되면 안 된다.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해병 1사단을 방문했을 때 “강한 군대가 있을 때 우리는 평화를 누렸고 그렇지 않을 때 국가가 위기에 처했다. 강한 군대는 강한 훈련을 통해 유지될 수 있다.”하신 말씀을 우리 국민 모두 다시 한 번 상기해 보는 건 어떨까?

군대는 전쟁을 준비하기 위한 조직이며 강한 훈련만이 전쟁에 승리할 수 있다. 훈련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 즉 위협하는 적이 있어야 하며 그 적을 상대로 훈련해야 한다. 우리를 가장 위협하는 적은 155마일 전선에서 지금도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북한이다. 따라서 북한을 상대로 강한 훈련만이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 미군은 세계에서 전쟁을 가장 많이 치른 군대이고 지금도 진행 중에 있다. 미군 장교들은 훈련하지 않으면 전쟁터에서 부하들이 피로 대가를 치른다는 신념이 뿌리박혀 실전과 같은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

훈련을 제대로 안 하는 군대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 전년도 국방예산은 GDP 대비 2.6%로 50조 1,527억 원을 사용하였으며, 2019년보다 7.4% 증가하여 처음으로 50조 원을 넘겼다. 훈련도 제대로 안 하는 국방부가 매년 예산을 증액하여 사용할 자격이 있는가? 북한은 3월 21일 서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는데 우리 국방부는 모르고 있었다. 최근에 동해안으로 북한 민간인이 오리발을 이용하여 귀순하였다. 이를 두고 국민은 3차례 귀순을 노크귀순, 체조귀순, 헤엄귀순 운운하며 국방부를 비아냥거리는 말을 하였다. 정부가 국가안보를 걱정해야 하는데 어찌하다 국민이 걱정하는 나라가 되었는가? 계룡은 3군 본부가 위치한 국방수도이기에 필자는 예비역의 한 사람으로 강도 높은 훈련만이 국가안보를 든든히 할 수 있다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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