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용하 예비역 대령(파라디아 아파트)

아프가니스탄이 함락되면서 자유를 찾아 필사적으로 탈출하는 카불공항의 모습과 지도층 사람들이 피의 숙청을 당하는 처참한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탈레반은 구소련 때 아프간 전쟁에 참여했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로, 1992년에 결성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탈레반이란 이름은 ‘학생들’이라는 뜻으로 이들은 주로 파키스탄 북부 및 아프간 남부 거주자로, 아프간의 내전을 무력으로 종식하고 이슬람 신정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의 배후로 탈레반을 주목하고 그의 신병 인도를 요구하였으나 거부당하자 이들을 축출하기 위해 아프간 파병에 나섰다. 그러나 이라크 전으로 본격적인 전쟁은 2010년 시작되었고 911 테러 수장인 빈 라덴이 사살되는 등 그동안 큰 피해에도 불구하고 아프간은 워낙 게릴라전에 능숙해 미국과의 전쟁이 최근까지 계속된 상태였다.

그동안 미국이 치른 전쟁 비용은 100조 원에 달하고, 2,400여 미군과 3만 8,000여 아프간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들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중 이 전쟁은 '끝없는 전쟁'이라고 비판하며 종식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후 대통령에 당선돼 2018년부터 탈레반과의 협상에 나서 마침내 2020년 2월 29일 카타르 도하에서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였다.

당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미군의 피와 땀과 눈물로 이뤄낸 승리를 허비하지 않겠다"며 "탈레반이 합의를 위반하면 우리는 안보를 위해 필요한 모든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탈레반의 무자히드 대변인도 "국가를 위해 어떤 공격도 하지 말 것을 모든 전사에게 명령했으며. 평화협정 체결 후 아프간 모든 국민은 축하와 함께 행복해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19년간의 전쟁을 종식하는 평화협정이 과연 아프간에 평화를 가져왔는가? 미군이 철군을 시작한지 3개월 만에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점령하는 사태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미군이 철수하면서 패망한 월남과 아프간 정부의 붕괴, 다음은 우리 차례가 아닐까? 왠지 남의 일 같지 않아 불길한 생각이 든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한다. 전쟁 비용과 미군 피해가 커지고 지원국 자국민 스스로 나라를 지키려는 의지가 없을 땐 가차 없이 떠난다는 것을 이번 아프간 사태를 통해 똑똑히 보여 주었다. 나아가 미국이 지원국 측에 제아무리 강력한 첨단 무기를 제공해 준다 해도 지원 당사국 스스로 강인한 정신력과 강도 높은 훈련으로 무장되지 않으면 오합지졸의 군대에 불과해 최첨단 무기는 결국 고철 덩어리가 된다는 것-. 이 또한 이번 아프간 사태가 보여 주는 또 하나의 반면교사로 삼을 교훈이 아닌가 싶다.

과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북한군은 게릴라전을 수행하는 무장단체가 아니고 핵무기와 미사일로 무장한 정규군으로 전투력이 막강해 주한미군이야 말로 우리의 핵심전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곳곳에 침투해 있는 좌경 세력들은 미군철수를 주장하며 한미연합훈련까지 반대하고 여기에 일부 국회의원까지 가세하는 것을 볼 때 예비역의 한 사람으로 큰 걱정이 앞선다.

6.25 전쟁 이후 우리는 자주국방을 위해 3차에 거친 율곡사업(전력증강계획)을 추진하였고 재원 마련을 위해 전 국민이 1990년까지 방위세를 냈다. 그 결과 강군으로 육성되어 70여 년 동안 북한의 무력적화통일을 저지하며 지금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을 이루어냈다.

우리 군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한군이 도발을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였고 도발 시에는 단호한 응징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믿음직한 군대였다. 그러나 최근 군 수뇌부의 안이한 사고와 군기 문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안타까움과 불안함을 금할 길이 없다. 이에 우리 군이 하루빨리 강한 군으로 거듭나 국민이 국가안보를 걱정하지 않는 나라가 되길 소망하고 또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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